큰마당집 | The Yard 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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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gsung Kim


큰마당집 | The Yard House


택지개발지구, 정부의 공급정책에 의해 아파트 단지와 상가주택 그리고 단독주택 필지들이 혼합되어 개발된 대규모의 주거지역을 말한다. 택지개발지구에서의 집 짓기는 장단점이 극명하게 대비되는데, 장점이라면 생활을 위한 인프라와 주택 건립을 위한 기반설비가 매설되어 있어 선택의 용이성이 확보될 뿐 아니라 비슷한 규모로 나뉘어진 필지들과 인근의 균질화된 이웃들의 구성이 배타적인 안정감을 주어 정돈된 주택단지가 조성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단점은 이러한 장점의 반대지점에 있는데, 택지개발지구 단독주택단지야말로 필지의 면적과 형태, 접도의 폭, 필지의 방향 등 모든 조건들이 비슷하여 ‘탈 아파트’를 위한 주택의 시도가 또다른 획일성의 가능성과 마주한다는 점이다.

살아있는 것들과 마주하며 땅을 밟는 삶, 추억을 쌓아갈 가족만의 집을 오랜 시간 염원해 왔던 건축주는 그간 거주해 왔던 택지개발지구 아파트단지 인근의 단독주택필지를 구매하였다. 큰 틀에서의 생활권은 유지하면서도 주거의 유형 전환을 통해 삶의 다음 장을 내다본 그들 가족에게, 건축가는 안정감과 공존하는 연약한 독창성을 담아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그 부드러운 개성은 택지개발지구 주택단지의 획일성을 극복할 수 있는 몇 가지의 건축적 뒤틀림, 가족을 기쁘게 맞이하는 환대의 공간들, 그리고 삶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장치들을 통해 구현되었다.




관계와 동선

택지개발지구의 전용주거지역은 도로와 필지간, 그리고 필지와 필지간의 매우 단편적인 관계들이 반복된다. 일정한 폭의 도로가 그려지고, 이에 접한 필지들은 바둑판 칸 그리듯 같은 형태, 같은 면적, 같은 폭과 깊이를 가지게끔 나누어 지다 자투리가 남으면 녹지로 처리한다. 이런 도시개발계획의 논리 앞에 많은 택지개발지구 주택단지들은 도로와 담장, 그 너머 남향 앞마당과 배경이 되는 2층집으로 세팅되는데, 이는 마치 눕혀놓은 아파트처럼 보여지기도 하며 또 다른 몰개성을 낳는다.

큰마당집은 그 별칭처럼 하나의 널찍한 마당을 가진다. 제한된 단독주택 필지의 면적 안에서 집 본채와 마당이라는 주 요소를 놓는 방식을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택지개발지구의 강력한 균질성을 탈피하려 했다. 전면도로에서 마당을 가로질러 걸어 들어가 물러 앉아있는 본채에 접근하는 판에 박힌 방식이 아닌, 건축이 먼저 나와 환대하고 가족들은 건축의 틈으로 땅을 경험하며 마당과 집의 영역에 도달하게 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1층을 Bar 형태의 단순한 매스로 계획하고 벌어진 ㄴ자의 2층을 그 위에 앉혔는데, 이러한 방식을 통해 2층집이 도로로 다가선 듯한 정면성을 주면서 1층은 비워 ‘집으로 가는 길’을 만들어 냈다.




도로에서 전면 파사드를 마주해 집의 존재를 인식하고, 파사드와 평행한 계단 몇 단을 극복해 나지막히 경사를 오른 후, 180도 돌아 필로티로 들어서면서 집의 현관을 본다. 화단을 살피고 택배를 들고, 디딤돌과 자갈을 밟으며, 때론 우산을 접거나 외투를 벗으며 현관에 들어서면 거실의 축 깊숙이 집이 들여다 보이며 공용부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신발을 벗고 거실에 들어 주방으로 다가서며 고개를 돌리면 그렇게 굽이 왔던 짤막한 길들과 함께 너른 마당이 돌아 보인다. 진입단계에서의 이 ㄷ자 동선은 큰마당집을 여느 택지개발지구 단독주택들과 다른 집으로 존재케 하는 중요한 장치이자 경험의 루틴이다. 이 첫 번째 연약한 독창성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관계 설정의 과정에서 쉬운 관성의 길을 택하지 않고 대지의 특성, 가족의 Needs, 그리고 주택으로서의 건축적 개성을 고민한 결과다.



환대와 디자인

첫인상은 귀가하는 가족을 향해 펼친 두 팔처럼 넉넉하게 뻗은 2층의 매스와 각기 다른 모습의 창문이 만들어 내는 단순하지만 든든한 모습이다. 1층의 필로티와 스크리닝 루버가 담장과 조화를 이루어 기단부를 형성하고, 두 자녀의 방이 배치된 2층 매스가 주된 볼륨감으로 전체적인 형태를 잡는다. 특히 우측 경사지붕은 이 집에서 가장 높은 모퉁이로, 품은 코너창은 방과 다락을 함께 드러내도록 세로로 길게 내었는데, 내부공간을 암시하며 구조미를 보여주는 부분이자 귀가의 주 동선인 우측 길목을 향한 환대의 손짓과 시선을 상징한다.



외관과 담장은 형태요소와 재료의 가짓수를 최소화하면서 담백하게 풀었다. 특히 필요한 내부 프로그램들을 충족하고 적정 천장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집의 볼륨이 꽤나 우뚝 솟아있음을 인지하였는데, 진입부와 마당이 도로로부터 살짝 들어올려진 레벨에 만들어지고 다락을 둔 데다 1층의 필로티가 주는 특유의 상승감이 더해지며 전면 도로에서 높이가 주는 위압이 느껴지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콘크리트 장벽돌 타일로 외장을 일원화하여 수평 패턴을 입히고, 담장은 돌출된 디자인 블록을 횡으로 쌓아 필로티를 적절히 가려주며 평평한 기단의 인상을 형성하게 하였다. 덕분에 수평성과 수직성이 적절히 혼재하며 안정적이면서도 존재감 있는 모습을 갖게 되었다.

마당에서는 담장과 ㄴ자 2층 매스로 감싸진 위요감과 함께 열린 거실과 함께 통합된 저층 풍경을 느낄 수 있다. 전형적인 단독주택의 저층부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후면을 조금 닫아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면서 다방면 활용 가능한 외부창고, 거실과 창고에 함께 걸쳐진 콘크리트 처마, 2층 침실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완충 공간이자 충분한 외부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발코니 등을 통해 소소한 다름을 제안하였다.




일상과 아이템

가족중심의 결속력 있는 삶을 이어가는 건축주 가족에게, 가족의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제시하는 것, 가족 맞춤의 공간들을 섬세하게 풀어내는 것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건축적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층은 공용부로서, 진입부터 마당활용, 거실에서의 휴식과 주방의 식공간을 효율적이고 흥미롭게 제안하였다. 담장 뒤편에 숨겨둔 택배 보관함, 마당에서의 시간을 편리하게 보낼 수 있도록 수도와 전기설비를 포함한 외부창고, 현관에서 바로 접근 가능한 현관 창고, 걸터앉아 신발을 갈아신을 수 있는 현관 벤치는 내외부의 매개공간이자 사소한 불편을 바로잡아 줄 아이템들이다. 내부로 들어오면 바로 손을 씻을 수 있는 간이세면대와 외투걸이, 최적화된 규모의 욕실과 건식세면대, 순환동선으로 구성된 주방과 외부로 연결된 팬트리, 건식 마당과 외부창고를 바라보는 알파룸까지, Bar 형태로 단순하게 제안되는 1층의 볼륨이지만 내부는 생활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밀도높고 복합적인 공간으로 계획하였다.



2층은 ㄴ자로 펼쳐지며 더욱 입체적이고 재미있는 공간이 되었다. 부부침실과 두 자녀의 방이 ㄴ자 볼륨의 각 끝점과 모서리에 배치되고, 그 사잇공간들을 다른 프로그램들이 채워내는 방식으로 계획되었다. 1층에서 도서관형 계단을 통해 2층에 오르면 책장과 평상으로 구성돼 테라스를 향해 시선이 열리는 소거실이 반긴다. 소거실에서 부부침실쪽으로 세탁실을 계획해 세탁과 건조를 일원화하고 큰 빨래를 바로 테라스에 널 수 있게 하였다. 계단은 다락으로 이어지는데, 그 중간 참에 사다리를 타고 아치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세탁실 상부공간을 활용한 목적없는 공간이 반긴다. 다락은 널찍하고, 천창을 가지는 기분좋은 공간이다. 두 자녀의 방 사이에는 주 욕실과 드레스룸을 배치해 환복과 세신을 함께 할 수 있게 하였는데, 욕실은 파우더공간과 두 사람이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건식 세면대를 얕은 공간에, 좁게 찢어 낸 틈으로 바람은 통하고 시선은 통하지 않는 미니 테라스와 욕실이 깊은 공간에 배치되어 활용성과 분위기를 함께 고려하였다. 두 자녀의 방은 모두 코너창을 가지고 집의 전면에 자리하게 되는데 이는 여러 여정을 통해 자신의 공간에 도달한 두 아이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선에 다시 돌아오기를, 그리고 그 위치에서의 조망을 통해 집의 존재와 마을 공동체를 좀 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를, 그래서 이를 통해 아파트에서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관계를 체득하기를 바라는 건축가 삼촌의 작은 바람이다.









Architect : H2L
Design Team : Soyoen Jung
Location : Hwasung-si,Gyeonggi-do, Korea
Client : Private
Construction : PS Construction
Photography : Yongsung Kim

Project : 2021.05 - 2022.02
Built : 2024.07 - 2025.01
Type : House
Site Area : 250.4㎡
Site Coverage Area : 123.78㎡
Total Floor Area : 196.2㎡
Building Scope : 2F
Structure : RC
Finish : Concrete Brick Tile, Wooden Finished Louver